“예? 아니, 사과하실 필요까진…. 저따위가 뭐라고.”
다행히도(?) 이자는 지혜의 집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혜의 집 연구원을 몹시 높이 평가하는 듯하고. 나는 부담스럽도록 거듭 고개 숙여 내게 사과하는 레오나르도를 애써 진정시켰다.
“그런데 왜 선생님 같은 귀한 분께서 이 누추한 곳에 이런 모습으로…. 혹시 무슨 사연이라도 있으신지요?”
아 참. 지금의 난 그저 길거리 생활을 하는 거지일 뿐이었지? 이거 참 난감하다. 뭐라고 답해야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참! 선생님. 여기서 이러고 계시지 말고 저와 함께 가시죠?! 아주 근사한 음식이라도 대접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이슬람 수학자분을 다 만나다니! 이런 우연이 다 있나요. 하하하!”
레오나르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서 나를 안내했다. 휴. 굳이 내 정체를 둘러대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야.
그런데 이 사람을 그냥 따라가도 괜찮은 걸까? 근사한 식사라니. 아까부터 계속 꼬르륵 소리를 내는 내 배는 서연이를 찾는 것도 식후경이라 외치는 듯하다.
그래. 일단은 배부터 좀 채우고 다시 생각해 보자. 딱히 나쁜 사람 같지도 않아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