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Ⅲ.

 

무척 고급스러운 식당이다. 몇 날 며칠을 구걸해야 한 번 올 수 있을까 말까 한 곳. 하긴. 이런 곳에 올 돈이 있다면 차라리 양 많고 값싼 음식을 잔뜩 사서 배를 채웠을 테지만.

식당 입구를 지키고 있던 점원 두 명이 나를 보고 황급히 입장을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의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우리를 식당 안 구석의 아늑한 자리로 안내하였다. 레오나르도는 아마도 이 가게의 귀빈인 모양이다.

곧 우리 앞에 놓인, 지름이 약 3큐빗4쯤 되는 원탁 위는 온갖 진미들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본능에 따라서 마구잡이로 음식들을 입에 쑤셔 넣었다.

“이 라자냐 어떠십니까? 제가 이 가게에 오면 꼭 먹는 음식인데, 입맛엔 맞으시는지요?”

“네. 덕분에 포식하네요. 하하.”

레오나르도가 라자냐라 부른 이 음식은 잘게 잘린 고기와 얇은 면 반죽이 소스와 함께 버무려져 노릇하게 구워진 치즈가 아주 일품인 음식이다.

“이것도 한번 드셔보시지요. 시칠리아5식 전통 트리6인데, 무함마드 알이드리시7가 극찬했던 바로 그 요리죠!”

물론 음식들이 맛있기도 하지만, 지금의 삶에서 최근 3일 정도를 굶었던 탓에, 정말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내 손과 입은 쉬지 않고 음식을 뱃속으로 전달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나 융숭하게 나를 접대하는 레오나르도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4 1큐빗은 약 50cm이다.

  5 시칠리아는 메시나 해협을 사이에 두고 칼라브리아 반도에 인접해 있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현재는 이탈리아의 자치주이다.

  6 트리(trii)는 스파게티의 옛 이름 중 하나이다.

  7 무함마드 알이드리시(1100년~1166년)는 아랍의 지리학자로, 세계 지도를 작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