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인 줄은 알지만, 혹시 선생님께서는 지혜의 집에서 어떤 분야를 공부하셨는지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실례인 줄 알면 묻지 말지. 거참 곤란하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뭐, 그리스 수학도 연구했고, 에… 또 이집트 수학도 했고. 아하하. 그런데 저는 레오나르도 씨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닙…”
“와우! 그리스 수학! 저는 정말 상상도 못했지 뭡니까? 우리가 살던 이곳에도 그 먼 옛날에 그런 위대한 수학자분들께서 계셨다는 걸요.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디오판토스!”
“… 예? 상상도 못했다고요? 레오나르도 씨는 여기 피사나 근방에서 초등교육을 받지 못하셨나요?”
“받았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곳은 신학 외에는… 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그토록 멋지게 느껴졌던 로마 제국이 지금은 한심, 아니 원망스러울 지경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그리 훌륭하셨으면 뭣합니까? 동양과 이슬람 세계가 그토록 발전할 동안에 우리는 한참을 퇴보했는걸요. 지금도 시민 대부분은 그저 신밖에 모르는 세상이고요.”
하긴. 아미르였던 시절에 지혜의 집에서 적지 많은 수학 서적들을 봤었지만, 고대 그리스 서적들 이후로 이 지역에서 쓰인 수학 서적 중에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긴 했지. 그때로부터 몇백 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이지만, 여전히 큰 변화는 없었나 보다.
“… 그러고 보니 레오나르도 씨는 무슬림에게 별로 적개심이 없으신가 보네요? 원래부터 그러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