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물론 레오나르도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이 지역에서 쓰는 로마 수 체계로는 문제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암산이라는 행위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때문에 예로부터 계산을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발달했고, 아바쿠스라는 전문 계산가 육성 학교가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선생님. 사실 제가 아주 조금은 선생님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진짜임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이렇게 정중히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였다.

“아뇨. 뭘 이 정도로. 이렇게 고급스럽고 푸짐한 상을 얻어먹은 것만도 제가 감사한 일인데요. 하하.”

“그래서 말입니다. 선생님.”

그는 입술을 한 번 꾹 닫더니 자리에 앉아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혹시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도와달라고요? 뭐를…?”

“저는 물론 지혜의 집에 계신 연구원분들에 비하자면 아주 많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여러 곳을 다니면서 배운 수학 지식을 이곳 사람들에게 전파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나름 몇 년간 공들여 쓴 산반서라는 책도 출간했지만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처참할 정도로 외면받는 중이죠. 하하…. 아무래도 저 혼자서 쓴 책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입맛엔 맞지 않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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