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문득 아까 길거리에서 이자가 여러 상인을 붙들고 자신의 책을 공짜로 주겠거니 무료로 수업을 해주겠거니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생님께서는 거지 같은 행색으로 노숙자처럼 길거리를 배회하고 계셨습니다. 일시적인 모습도 아닌 것 같고요. 노숙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보아오신 선생님의 눈이라면 아마 저보다 일반 대중의 눈높이를 훨씬 더 잘 이해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물론 아니어도 좋습니다. 부디 제 책을 한 번만 읽어주십시오.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 선생님의 냉철한 고견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책을 많이 팔고 싶으신 건가요? 그러면 그냥 쉬운 내용 위주로 쉽게 써보세요. 사람들의 지적 허영심을 기분 좋게 건드려주면 알아서 자신의 책장에 과시용 삼아서 꽂아두는 이들이 생겨날 테니까.”

“단순히 책을 많이 팔고 싶은 건 아닙니다. 재수 없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 돈깨나 많은 사람이거든요.”

“…”

“저는 동양의 뛰어난 수학 지식을 수입하고 싶은 겁니다. 그들이 그토록 찬란한 발전을 이루었는데 우리라고 해서 못해낼 이유가 뭐겠습니까? 물론 당장엔 동양 수학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도 벅찰 테지만, 지금 뿌려놓는 씨앗이 먼 훗날에 거대한 열매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우리는 어쨌든 위대하신 탈레스12의 후손들이니 말이죠.”

날 보는 레오나르도의 눈이 밝게 빛났다. 마치 그의 열정과 순수한 열망이 비치는 듯하다.

 

 


12 탈레스(기원전 6세기)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최초의 수학자이자 최초의 고대 그리스 7대 현인이라는 명칭이 붙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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