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ⅠⅤ.

 

부둣가에 앉아서 출항하는 배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 중이다.

어제 레오나르도의 부탁은 미안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그가 제시한 파격적인 대우와 그 진심에는 감사하지만, 서연이를 찾으려면 어느 한곳에 매여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다. 사실 지금 이 시대에 그녀가 있는지부터 확실하지 않으니….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에 한없이 무의미한 생각의 쳇바퀴만 돌던 중 뒤에서 문득 낯익은 발소리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뒤를 돌아본 순간 놀랐으나, 한편으로는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전처럼 동요하지는 않았다. ‘그 녀석’이었다.

“왔구나. 왜 안 나타나나 싶었네.”

“… 너흰 참 머리 아픈 존재들이야.”

“오랜만에 보는데 첫마디가 겨우 그거냐? 저번처럼 뭐 죽일 거라느니 협박이라도 해보지 그래? 아, 하긴 나한테는 오랜만이지만 너한텐 아닐 수도 있겠구나.”

“…”

“어차피 숨어서 내 행동을 다 감시하는 거면 그냥 쭉 나타나지 말지. 이렇게 가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또 뭐야?”

“누군 보이고 싶어서 보이겠냐? 클리셰라서 어쩔 수 없는 거지.”

“클리셰?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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