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짜잔! 이 방입니다!”
나는 레오나르도가 열어준 방 안으로 한걸음 들어섰다. 한쪽 벽면의 작은 아치형 창문 셋으로부터 햇살이 은은히 들어오고, 천장까지 닿는 책장으로 다른 두 면이 가득 채워진 방이었다. 온갖 필기구가 놓인 고풍스러운 책상과 한쪽 벽면에 있는 깔끔한 침대도 눈에 띄었다.
“원래 제가 서재로 쓰는 공간인데, 서가 몇 개를 다른 방으로 옮기고 침대도 들여놓고 해서 알레시오 님이 생활하실 만한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하인들에게 말씀해주시고요.”
나는 레오나르도의 뒤에 서 있는 하인들을 보았다. 여느 집들과 다르게 다들 방금 세탁한 것 같은 깔끔한 황색 상의와 푸른색 하의를 맞춰 입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 정도는 레오나르도가 넉넉하게 제공해주는 모양이다.
“보시면 알겠지만, 책장에도 일단은 수학 서적을 위주로 배치해 놨습니다. 아마 이 피사 공화국에서 이 정도의 수학 서적을 모아둔 곳은 없을걸요? 저도 정리하고 나서 괜히 뿌듯하더군요. 하하핫.”
과연… 이라는 생각이 절로 나는 광경이다. 레오나르도의 대단한 재력도 재력이지만, 무엇보다도 수학에 대한 그의 애정이 잔뜩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나오시지요. 다른 책들은 또 어디에서 보실 수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는 내 옆에 서서 다른 방으로 날 안내했다. 그렇게 레오나르도를 따라서 그의 집 안을 다 구경하는 데에만 한 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