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건 레오나르도가 직접 그린 건가? 손가락으로 수를 셈하는 방법을 이렇게 일일이 그림으로 다 표현했을 줄이야. 하하. 그림도 꽤 잘 그렸네.

물론 손가락을 꼽아서 수를 파악한다는 것이 얼핏 생각하면 유치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넣음직한 내용이다. 여기 사람들은 조금만 큰 수를 계산하려고 해도 손가락을 꼽거나 주판을 이용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런 계산 도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수 체계를 그들에게 곧바로 소개했다간 그들의 상식에서 너무나도 벗어나는 개념이기에 그들이 이를 쉽사리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곤란해할 것이다.

이후로는 기존의 로마 수 표기를 힌두-아라비아 방식으로 변환하는 예시들(‘MMMMcccxxi’는 ‘4321’이라든지)이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제1장의 후반부에서 마침내 참신한 내용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큰 수를 쓸 때 가독성을 위하여 숫자를 3자리씩 끊어서 적자는 대목이었다.

 

예를 들어, 15자리 수는 678 935 784 105 296 이런 식으로 표기할 것을 제안한다.

 

… 왠지 낯이 익다. 분명히 처음 보는 표기 방식이지만 마치 어디에서 봤던 것처럼 간질간질하다. 어디지? 어디서 봤었지?

그 순간,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잊고 있던 또 다른 나의 옛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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