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뉴스 같은 데 보면 숫자 쓸 때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는 거예요?’
‘그야 길게 쓰면 헷갈리니까?’
‘그럼 우리는 왜 그냥 길게 늘여 쓰는 거예요? 우리도 쉼표를 찍으면 좋잖아요?’
‘또, 또, 쓸데없는 질문 하지? 에휴, 쯧쯧.’
아마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였을 거다. 나를 보던 그 선생님의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이 떠오르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이 똑같이 느껴진다.
시험에 직결되지 않거나 본인이 잘 모르는 내용이면 으레 쓸데없는 질문이라며 매도했던 그 수학 선생님. 이제 와 생각하면 그런 사소한 질문들로부터 시작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이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인 건데, 그 당시의 나는 질문을 마치 ‘죄’인 것처럼 교육받곤 했지.
아직 가시지 않는 어지럼증 탓에 책상 위에 팔을 베고서 엎드린 나는 그 당시의 나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왠지 그때의 억울했던 마음이 다소 사그라지는 듯하다.
… 잠깐만. 그럼 혹시 먼 미래에 1,234,500과 같이 수를 표기하는 그 관습이 이 레오나르도의 책에서부터 시작된 건 아닐까? 내가 아미르였던 때에 봤던 그 수많은 수학책에서도 이런 식의 표기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거 어쩌면 내 생각보다도 이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잔뜩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