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제1장 이후로 한동안은 그야말로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의 연속이었다.
제7장까지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힌두-아라비아 수 체계로써 사칙연산을 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그나마 특이했던 점을 하나 꼽자면 대분수를 표기할 때, 정수 다음에 분수가 아니라 그 반대 순서로 표기를 했다는 점 정도? 예를 들어서 대분수 2을 이 책에서는 2라 쓰고 있다.
물론 이를 (= 2 + )라고 쓰는 게 지금의 내게는 더 익숙하지만, 초등학생 때도 참 힘들게 진분수니 가분수니 대분수니 하는 개념들을 배웠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자연수가 익숙한 상태에서 분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단박에 받아들이기가 어려우니까 그런 개념들로써 이해를 도운 것일 테지. 오히려 그게 나는 더 복잡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리고 제8장의 내용은 7장까지 전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를 상거래에 응용하는 내용이다. 롤스, 파운드 등의 단위 간 환산 방법과 화폐처럼 쓰이는 가죽, 의류, 후추 등을 이용한 거래 시의 비율 계산법 등이 망라되어 있는데, 시중에 거래되는 온갖 상품들을 일일이 모두 다 따지는 바람에 그 쪽수가 꽤 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나하나 다 서술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9장 역시 제8장에 이어 상거래 시의 응용법이 나와 있었고, 제10장은 회사에서 구성원 수에 따라서 이윤을 배분하는 법이, 제11장은 화폐를 만들 때 은과 구리의 혼합 비율을 계산하는 방법 따위의 내용이 이어졌다. 모두 제7장까지의 기초 연산법의 응용 수준이라 나는 속독으로 이 부분을 빠르게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