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어서 책의 다음 내용을 보니, 이번에는 1부터 임의의 수까지의 제곱 합을 구하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었다.

기가 막힌 건, 심지어 이 대목에서는 공식을 소개하지조차 않고 곧바로 1부터 10까지를 제곱해서 더한 결과, 즉, 12 + 22 + 32 + ... + 102의 값이 라는 결과만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책을 뒤져봐도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건지 그 어떠한 원리도 증명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질문으로 시작해서 이를 탐구하는 사고 과정이 핵심인 수학에서 그 과정을 생략하고 오직 사고의 결과만을 단편적으로 갖고 오다니. 수학이 마술을 부리듯 사람을 현혹하는 학문은 아니잖은가? 만약에 그 옛날 히파소스 스승님이 이 책을 본다면 이건 수학에 대한 모독이라며 크게 역정을 내셨을 거다.

나는 새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이 책에서 소개되지 않은 제곱수의 합 공식과 그 유도 과정을 써 내려갔다.2 그리고 적은 그 종이를 책장 사이에 빠지지 않도록 꽉 끼워 넣었다.

살짝 격양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마음으로 책의 다음 내용을 다시 펼쳤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여전히 증명이나 원리에 관한 설명은 일절 없이 그저 문제와 그 해법, 또 다른 문제와 그 해법의 반복뿐인 전개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자리를 쾅 박차고 일어났다.

 

 


  2 '에피소드 6에 나오는 수학 : 제곱수의 합 공식'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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