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 그러면 뭐죠?”

“방금 말씀드렸던 그 원리들이 생략돼서죠. 문제마다 해법을 적어두시긴 했지만, 왜 그런 해법이 나왔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으니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당연히 뜬금없는 내용의 연속이라고 보일 거거든요.”

“하지만 그건 방금도 말씀드렸듯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어차피 제12장 이후의 내용을 모든 독자가 이해하길 바라면서 쓴 건 아닙니다. 소수의 몇 명이라도 좋으니까 수학의 신기함을 느끼면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수학의 신기함이요?”

“예. 그리고 어쩌면 그 부분에서 알레시오 님이나 저처럼 수학의 진정한 매력을 깨닫고서 이를 진지하게 탐구해 보려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흥미로운 학습 소재가 되어줄 테고요. 바로 그 제12장부터가 말이죠.”

나는 조용히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건 핑계다. 나는 느낄 수 있다. 그가 하는 말들이 실은 자신의 본심을 감추고서 그럴듯하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걸.

이 책의 후반부에서 느껴지는 그의 내밀한 속내는 자기 자랑과 허영심에 불과하다. 마치 미래에서 배웠던 지식을 떠올리고서 으스대고 싶은 그 본심을 감추고 학자로서의 사명이라는 식의 거창한 말로 행동을 미화했던 과거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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