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님. 수학은 철저하게 상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연역적으로 유도되는 세계이기 때문에 저는 그 결과가 아름답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신기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아, 이 책처럼 수학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연역적 사고 과정을 모조리 다 건너뛰고 결과만 보여주면 신기해 보이긴 하겠네요.”
“그건…”
“하지만 저는 그러한 시도마저도 대다수의 독자는 신기하다고 느끼기보다 ‘역시 수학은 이해도 안 되고 어렵구나’라고 받아들여, 오히려 수학과 담쌓고 더 멀어지게 될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그거야말로 수학을 전파하시겠다는 레오나르도 님의 처음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난 방향일 테죠.”
레오나르도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간다. 내 얘기를 듣는 그의 심정이 어떨지가 생생하게 느껴져 나 역시도 참으로 괴롭고 민망하지만, 그래도 말해야겠지. 이게 지금의 내 역할이니까.
“제12장 이후의 내용을 따라오는 극소수의 사람들도 어쩌면 레오나르도 님을 ‘너희가 모르는 이 많은 문제의 답을 난 이렇게나 많이 안다’라며 잘난 척하는 사람이라 여기고 거부감을 느낄지 모릅니다. 레오나르도 님이 실제로 그런 허영심이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비록 저는 레오나르도 님의 수학에 대한 열정을 존경하지만, 힌두-아라비아 수 체계를 대중에 전파하겠다는 처음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제12장 이후의 내용만큼은 삭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제8장부터 제11장까지의 내용도 현재로서는 좀 과하다는 판단이고요. 아까 이 책이 두꺼워지는 걸 염려한다고 하셨는데, 지금 말씀드린 부분들만 좀 덜어내도 책이 지금보다는 훨씬 얇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