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Ⅴ.
“알레시오 님. 지금 혹시 얘기 좀 할 수 있으십니까?”
레오나르도의 목소리다.
“앗, 네. 들어오세요.”
방문이 열리고 레오나르도가 쭈뼛거리며 들어온다. 어제 이야기했을 때에 그는 ‘좀 더 생각할 테니 내일 다시 얘기하자.’라는 마지막 대답을 남겼었다.
나와 마주 앉은 그는 맞잡아서 깍지 낀 두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서는 한참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나는 묵묵히 그런 그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분위기가 어색해지려는 찰나, 마침내 레오나르도의 입이 열렸다.
“알레시오 님의 말씀을 듣고서 많이 깨우치고 또 많이 뉘우쳤습니다. 어제저녁 내내 부끄러워서 잠도 오지 않더라고요.”
“예?! 아이고…. 그러시라고 드린 얘기는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레오나르도 님. 제가 너무 주제넘었나 보네요.”
그는 미소 지으며 양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알레시오 님께는 정말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날 제가 부둣가에서 알레시오 님을 우연히 만났던 건 아무래도 탈레스와 알콰리즈미의 축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저를 다시 되돌아보니, 그동안의 저는 그저 수학을 전파하겠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해외에서 배워온 알량한 지식을 자랑하고 싶던 철부지였단 걸 깨달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