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본서에서는 곱셈 하나에 대해서만도 열댓 개의 유형을 분류해 놓았으니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는 건 당연하거니와 독자들도 읽으면서 난해하다고 느꼈을 수밖에. 그리고 유형마다 넣은 예제는 왜 또 그리 많았던 건지. 본서에서 레오나르도가 가지 친 유형들을 통합하고 문제를 대폭 덜어내는 작업만으로도 본래 15쪽이었던 제2장은 2쪽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소책자의 장점과는 별개로, 상인으로서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한 것도 책의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아니, 어쩌면 그게 더 실질적인 성공 요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내건 ‘30쪽도 안 되는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앞으로 당신은 평생 주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문구는 몹시도 자극적이었고, 이 홍보문을 접한 사람들은 호기심에 마치 자석처럼 이끌려와 책을 구매해 가곤 했다.
책을 산 사람 중에는 우리에게 찾아와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자발적으로 묻고 가는 열성적인 이들도 생겨났다. 레오나르도는 사람들이 질문했던 부분을 모아서 이후에 소책자를 수정 보완해 더 완벽한 제2판을 발행할 거라며 잔뜩 들떠 있는 요즘이다.
분명 책의 성공은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내 마음 한편은 나날이 무거워져만 간다. 레오나르도의 집에 묵으며 꽤 많은 날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연이의 소식은 감감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하긴 애초에 서연이가 곁에서 도와주었더라면 그 정도의 책 작업 따위는 그렇게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