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레오나르도
Ⅰ.
시끄러운 소리에 부스스 눈을 떴다. 웬 무리가 내 바로 앞에 모여서 떠들고 있다.
… 춥다. 배도 고프고.
그냥 이대로 좀 더 누워 자고 싶은 기분에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록 내 앞에서 떠드는 무리는 자리를 비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끄러워서 도저히 다시 잘 수가 없네.
다른 데로 좀 가서 떠들라고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바닥의 찬 공기를 너무 오래 들이킨 탓인지 목이 푹 잠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문득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눈을 떠 내 몸을 살펴보았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제 아미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허무함이 퍼진다. 결국 나는 서연이를 만나지 못했구나. 야쿱 스승님과도 이렇게 헤어지는 거고.
… 나는 뭐 하는 녀석일까. 아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왜 나는 이런 삶을 살게 된 거지? 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신은 내게 이런 장난을 치는 것인가.
‘신…? 아, 그러고 보니 혹시?’
몸을 반쯤 일으켜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그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