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 아까부터 계속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이를 보았다. 작은 몸집에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외모를 가진 남자다. 왼손에는 나무판, 오른손에는 펜을 들고서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모여 있는 무리는 아무래도 무역상들 같고. 떠들고 있는 저 사람도 비록 그 하얀 피부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걸친 복장을 보면 영락없이 상인이다.
“젊은 사람들이야 뭐 그게 더 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갑자기 쓰던 걸 바꾸는 게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야. 자네 마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네.”
“그러니까요! 어르신. 제가 지금 우리 세대만 편하자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우리 뒷세대 후배들에게 더 쉽고 편한 환경을 물려주자는 거죠.”
“허허허. 아니 그러니까 우리는 그게 뭐 월등하게 쉬운 건지도 잘 모르겠고.”
“당연히 쉽습니다! 여러분들. 99를 쓰려면 그동안은 어떻게 썼나요? 이렇게 이렇게 썼잖아요? 획수가 여섯입니다. 그런데 아랍 방식으로는 이렇게! 두 획이면 된다니까요?”
“허허허…”
저 무리는 한참 전부터 저러고 있었는데, 대체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생각이지? 시끄러워 죽겠는데. 하긴, 저들의 눈에 어차피 나 따위는 보이지도 않겠지. 저들에게 나의 존재감은 마치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까. 듣기 싫은 이쪽에서 다른 곳으로 가든지 해야겠다.
그런데 아까부터 웬 숫자 얘기, 아랍 얘기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