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행오버
많은 애자일 프로젝트들이 여전히 엉망인 코드를 반복하여 만들어내고 있다.
몇 년 동안 기업들과 개발팀들이 애자일 전환에 빠져 들어서 기업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스탠딩업 형태의 회의로 바뀌었고(한 시간씩 회의실에 앉아 있는 기업들도 여전히 많다),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번-다운 차트, 업무 주기 백로그, 릴리즈 백로그 등의 새로운 도구가 도입되었다. 유즈 케이스*는 사용자 스토리로 대체되었고 프로젝트 관리자는 스크럼 마스터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애자일’이 과거에 일하던 방식의 그저 새로운 이름이 된 듯 싶다. 물론 눈에 보이는 변화들도 있다. 애자일을 도입하기 전후의 사무실 풍경을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사무실같을 때도 있다. 계획표가 대자보처럼 붙어 있거나 칸막이가 없어지고, 두 명 이상의 개발자가 한 컴퓨터를 쓰기도 하며 여기저기 화이트보드가 배치되어 있다. 벽 전체를 화이트보드로 만들고 색색의 포스트잇으로 도배한 회사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애자일 전환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이 얼마나 많이 붙어 있느냐가 애자일 전환의 척도, 즉 얼마나 기민해졌느냐를 재는 기준이 되었다. 포스트잇이 많을수록 더 애자일스럽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자일에 숙련된 기업들이 포스트잇을 색상과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하튼, 이러한 가시적인 변화를 모두가 반긴다. 색색의 포스트잇이 화이트보드에서 옮겨 다니는 것을(어떤 것은 천천히, 어떤 것은 빨리, 어떤 것은 항상 제자리에) 볼 수 있다. 모두가 자율권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상사가 동의하기만 하면 어떤 팀 멤버든 자기가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다.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지나 애자일 파티에서 깨어날 즈음 애자일 숙취에 빠져 두통과 어지러움에 시달리는 팀, 혹은 회사가 생기기도 한다.
* 역자주 UML의 use c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