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1.1.3 한 가지 더

마지막 이유는 내 정곡을 찌르는 것 같아 말 꺼내기가 참 어렵다. 난 어렸을 때 프로그래밍을 배운 이래, 언어는 뭔가 마법 같은 것으로 칠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처음 베이직(BASIC) 프로그램을 실행할 당시에는 베이직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에서 컴파일러 수업을 듣다가 경외감과 공포가 뒤섞인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언어 해커란 정말 불가사의한 예술에 접근할 특권을 부여받은, 전혀 다른 부류의 인간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매력적인 이미지였지만, 어두운 측면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마법사 기질은 없는 것 같았고 이 성전 기사단의 일원이 될 만한 재능은 없구나 싶었다. 학교 노트북에 키워드 몇 개를 만들어 끄적거리며 프로그래밍 언어에 매료되긴 했지만, 정말 언어를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용기를 내기까진 수십 년이 더 걸렸다. ‘마술사로서의’ 재능, 이 배타성(exclusivity)이 내 자신을 진짜 배제시킨(exclude) 것이다.

이런 이미지를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에 관한 전설적인 두 권의 책 표지에도 용6과 마법사7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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