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PANET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패킷 스위칭(packet switching)이라는 신기술이 필요했다. 그 전까지 장거리 통신 시스템에선 서킷 스위칭(circuit switching)이라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송했다. 서킷 스위칭 시스템은 정보를 송수신하는 과정에서 송수신 단말 사이에 회로(circuit) 연결을 해두고 정보 전달을 수행하는데, 이때 이 회로는 보다 작은 단위의 회선(line)을 길게 짜 맞추어 연결한 것으로 송수신이 일어나는 동안 연결이 유지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전화 통화 시 발생하는 큰 뭉치의 데이터를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서킷 스위칭으로 보내려면 그 사이에 있는 여러 도시의 단거리 회선들을 해당 통신 전용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회선을 서로 이어 길게 연결된 하나의 회로로 만들고, 데이터 송수신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 연결 상태를 유지한다. 아래 그림 2-1을 보면 뉴욕에서 시카고, 시카고에서 덴버, 덴버에서 로스앤젤레스 사이의 회선을 전용 연결로 할당했다. 실제로 각 회선은 앞서 언급한 도시보다 더 작은 단위의 인접 도시 사이의 더 짧은 회선으로 이루어진다. 어쨌든 이들 회선은 모두 송수신이 끝날 때까지 그 연결 전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통신이 끝나면 회선 사이의 연결을 모두 끊은 뒤 다른 정보를 송수신하기 위해 각각 다른 회선과 다시 연결한다. 이렇게 전체 경로에 걸쳐 전용 회선을 할당하므로 정보 전달을 매우 높은 품질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림 2-1에 묘사된 것처럼 한 번에 하나의 통신 전용으로만 회선을 사용해야 하므로 가용성 면에서 이 방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그림 2-1 서킷 스위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