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통신에서 전파가 전달되는 속도는 전파 자체가 빛의 일종이니만큼 빛의 속도와 같습니다. 광섬유로 전달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구리 전선으로 전류가 전파되는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는 조금 더 느립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무선 통신이 더 빨라야 하겠죠.
레이턴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매체의 품질도 있습니다. 구리선이나 광섬유에 훼손이 있으면 전달되는 신호가 일부 변형됩니다. 또 외부 신호의 간섭 때문에 변형되기도 합니다. 무선에서도 마찬가지로 거리가 너무 멀거나 전파를 방해하는 물질이 있거나 외부 신호의 간섭이 있으면 변형이 일어납니다. 변형된 신호는 수신 측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수정되거나 버려집니다. 신호가 버려지면 송신 측에서는 잠시 뒤에 다시 보내야 하는데, 이 ‘잠시 뒤 다시 보내기’ 자체가 레이턴시의 원인이 됩니다. 쉽게 말해서 매체 품질이 낮으면 재전송에 의한 레이턴시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2.5.4절과 2.7절에서 다시 설명합니다.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는 스위치, 라우터, 방화벽 같은 네트워크 기기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결국 하나하나 다 컴퓨터이므로 신호를 수신하면 그것을 처리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한 후 네트워크 기기의 메모리에 쌓습니다(큐). 그리고 그것에 대한 연산 처리를 합니다. 라우터는 패킷의 송신자, 수신자 주소를 읽은 후 라우터 안의 메모리나 디스크에 있는 라우팅 테이블(어느 주소 범위는 어느 단자로 패킷을 보내야 하는지 하는 정보)에 따라 패킷을 송신합니다. 방화벽은 받은 패킷이 악성 데이터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 가지 연산을 합니다. 이러한 컴퓨팅 처리를 하는 것도 마이크로초 혹은 밀리초 단위의 시간을 차지하므로 네트워크 레이턴시를 증가시킵니다.
요약하자면, 송신자와 수신자 간 네트워크 기기 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처리 속도도 네트워크 레이턴시의 원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