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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기업들은 서로 크게 다르다는 면에서 흥미롭다. 각 기업 고유의 문화가 회사 면면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 같은 유명 CEO를 공개적으로 세워두는 대기업도 많다.

대기업의 큰 특징으로는 따라야 할 절차와 의례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입사할 때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면접을 보면서 공식 절차를 꼼꼼히 따라야 하고, 재직 중에는 모든 일을 기존 절차에 맞추어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대기업에서는 모험가나 무법자 기질이 있는 사람을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 반대로 절차나 체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대기업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에서 일할 때 느끼는 큰 장점은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나도 과거에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한 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 회사에서는 다양한 교육 기회가 있었을 뿐 아니라 유료 소프트웨어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진로를 지도하는 대기업도 많다. 재미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생긴다. 소기업이나 중견 기업에는 세상을 바꿀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만한 예산이 없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에서 개인이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기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훌륭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개발자들은 자신이 기여한 내용이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을 불만으로 꼽는다. 보통 거대한 시스템의 작은 코드 조각처럼 일한다. 소프트웨어 시스템 전체에 손대고 싶은 개발자라면 대기업에서 일하는 게 그리 즐겁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에서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일하는 건 매우 쉽다. 대기업에서 일해보니 간혹 별다르게 하는 일 없이 눈에 띄지 않게 자리를 지키는 직원들도 있다. 이런 직원은 전사적인 규모로 인원 감축이 있지 않는 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자율성에도 장점이 있긴 하다. 가끔은 생산성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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