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01
기회의 문

톰 칼린스키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는 수 년간 하얀 거짓말, 어정쩡한 고갯짓 그리고 애매한 미소로 이 비밀을 덮어왔다. 하지만 아름다운 마우이 해변에 누워 사랑하는 아내와 생기 발랄한 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더는 감추고 있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든 털어놓아야 했다.

당연히 상대는 캐런이어야 했다. 아내는 늘 그의 곁을 지켜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 근심 걱정이 마법같이 사라졌다. 평생의 사랑이자 그의 이성을 깨우치는 목소리인 캐런이 옆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다. “캐런.” 칼린스키는 햇볕에 그을린 아내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이름을 불렀다. “캐런?” 아내의 선글라스를 들어 올린 칼린스키는 그녀가 강렬한 햇살 아래 깊은 잠의 수렁에 빠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칼린스키는 조심스럽게 아내를 깨울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막내딸 켈리가 캐런의 품에 안겨 잠든 것을 발견했다. 잠든 아기는 어떤 경우에도 깨우면 안 된다는 건 아빠들의 불문율이다. 특히 아기가 간신히 잠든 덕에 엄마도 해처럼 환한 꿈을 꿀 드문 기회를 얻은 때라면 절대 깨워선 안 될 것이었다. 칼린스키는 이 불문율을 상기하며 중얼거렸다. “방금 전엔 미안했어요, 아가씨들.” 도무지 깰 기미가 없는 캐런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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