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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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로 쓴 NOA의 역사

1889923일 야마우치 후사지로(Yamauchi Fusajiro)라는 이름의 사업가는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1주일 전, 교토 심장부에 작고 허름한 가게 하나를 열었다. 지나가는 인력거나 부유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가게 앞 창문에 새 가게의 이름을 적었다. 한자 닌(任), 텐(天), 도(堂) 자를 써서 만든 닌텐도라는 이름이었다. ‘운명을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뜻인데 성공한 사업가가 대개 그렇듯 야마우치가 없는 운을 만들어서라도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참 역설적인 이름이었다. 그 시대의 장사꾼들은 사케, 비단, 차 등 지역 특산품을 팔아서 평범한 수준의 수입이 유지되기만 해도 만족하며 살았다. 하지만 야마우치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일을 시도할 적기라는 판단하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상품을 판매해보기로 했다. 당시 일본에서 5년 전에야 합법화되었던 놀이용 카드가 그 주인공이었다.

일본의 놀이용 카드에는 유서 깊고 기이한 역사가 서려 있다. 시초는 16세기 말 일본에 도착한 포르투갈 선원들이 카드 게임을 처음 전파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열도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이 서양 장난감에 열광함과 동시에 유럽 선교사의 수도 빠른 속도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 격노한 무사 정권 지도자들은 천주교의 범람을 막고자 국경을 폐쇄하고 시계, 안경 등의 서양 문물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수차례 발표했다. 금지품 목록에는 당연히 놀이용 카드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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