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다섯 살 된 애슐리나 세 살 된 니콜에게 말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두 딸은 발목 깊이 정도 되는 물속에서 노란 양동이에 소라게를 잡아넣으며 놀고 있었다. 말해봐야 아이들은 당연히 금세 까먹고 아빠만 기억하는 추억이 될 테니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 날짜의 <뉴욕 타임스>를 다시 집어 들고 이미 끝난 야구 경기 안내를 훑어보고 있노라니 신문 위로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활기찬 목소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톰. 당신은 찾아내기가 참 어렵군요.”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갈색 눈의 일본인이 서 있었다. 나카야마 하야오(Nakayama Hayao)였다. 대머리를 덮기 위해 곱게 옆으로 빗어 넘겼을 그의 머리가 바람에 헝클어져 있었다. 나카야마는 “어떻게 지내셨나요?”라고 말을 붙이며 애써 친근하게 웃었지만, 불길하고 능글맞은 인상을 줄 뿐이었다. 칼린스키는 나카야마가 자연스럽게 웃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과한 신비감이 서려 있는 나카야마의 동그란 얼굴은 단순한 감정을 편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햇볕이나 쬐며 편하게 쉬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나타나 해를 가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칼린스키는 점잖게 쏘아붙였다. 그는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제임스 딘처럼 무관심한 태도로,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카야마는 그제야 자신이 칼린스키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몇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햇볕이 다시 얼굴에 비추자 칼린스키는 웃으며 이 뜻밖의 손님을 맞이했다. “나카야마 상.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와이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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