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럼 배와 함께 가라앉는 운명은 내가 맡게 되겠군.” 칼린스키는 특유의 위엄 있는 태도로 답했다. “그래도 조언은 고맙네. 힘겨운 싸움이 되리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카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당신답지 않은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카야마가 비밀 연구실에라도 데려간 건가? 아니면 호스티스 바?”

칼린스키는 자신의 눈빛에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세상에. 두 군데 다 갔군. 맞지?” 카츠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칼린스키는 카츠를 문까지 배웅하며 말했다. “당신이 와서 해준… 글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와서 해준 건 다 고맙네. 근데…”

“잠깐.” 카츠가 말을 막아섰다. ”하나만 묻겠네. 진짜 내가 나카야마한테 당한 그대로 당신도 똑같이 당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생각 좀 해보라고.”

칼린스키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일본에 다녀온 이후 수없이 그의 신경을 건드린 질문이었다. 하지만 계속 피해왔다.

카츠는 칼린스키와 눈을 맞추며 진심 어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잊지 마. 당신은 그 사람과 친구가 되었고 결정권이 이제 당신한테 넘어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뒤통수 맞지 않게 조심해야 할 거야.” 헤어지기 전에 카츠와 칼린스키는 서로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그들에게 닥쳐올 성공과 실패가 묘하게 뒤엉켜 있게 될 거라는 사실을.

“마이클, 나는 당신이 진짜 훌륭히 임무를 마쳤다고 보네.”

“고맙네, 톰. 고마워.”

악수를 하며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맴돌던 어색함도 한결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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