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는 업계 상황을 조금 파악한 후에 입을 여는 게 좋겠다는 도요다의 의중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담하게 성공을 약속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래 봐야 분위기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만 더욱 드러난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가만히 앉아서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닌가 곱씹으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회의가 끝나자 모두 빠르게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중에 폴 리우만 헤밍웨이처럼 시원한 미소를 띠고 육중한 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왔다. “당신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저도 잘 압니다. 저도 이 회사에 온 첫날 느꼈던 감정입니다. 마텔 같은 곳에서 이런… 곳으로 온 기분 말이죠.”

“네, 제 예상과는 좀 차이가 있군요.” 칼린스키가 답했다.

“그럴 겁니다. 저도 그 차이가 좋다는 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곧 말을 이었다. “어쨌든 당신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주, 아주 기뻤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이라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두고 봐야겠지요.”

“그래야죠. 당신을 돕기 위해 닌텐도에 관해 모아둔 정보가 있습니다. 닌텐도는 엄청난 상대입니다. 그들의 재정 상태는 정말이지…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입니다. 기사, 보고서, 발표 자료 등을 다 모아두었습니다. 원한다면 드리겠습니다. ”

칼린스키는 너무 고마운 마음에 리우를 힘껏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간단히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이제부터 할 일은 닌텐도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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