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연구개발비를 낮게 잡거나 말거나 알게 뭡니까? 빌어먹을 그랜드 캐니언 만한 구멍을 일회용 반창고로 막겠다는 꼴입니다.”

“당신이 ‘딕 트레이시(Dick Tracy)’나 ‘스파이더 맨(Spider-Man)’ 같은 쓰레기에 그렇게 엄청난 투자를 하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구멍이 그렇게 커졌을 리는 없을 거요.”

“나더러 어쩌라는 겁니까? 이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다른 회사들은 전부 닌텐도 게임을 개발하고 있잖습니까!”

“그들이 우리 회사를 위해 개발하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칼린스키가 말했다. 자신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방심한 틈에 새어 나온 말이긴 했지만 시작한 이상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닌텐도 게임을 개발해본 적 있는 회사라면 비용을 대고 우리 시스템에 올릴 게임을 개발해달라고 얘기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불합리가 판치는 회의실 안에 한 줄기 이성의 빛이 비쳤다. “해당 업체의 우수성이 도드라지도록 더 발전시킨 버전을 제네시스용으로 개발해달라고 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칼린스키는 열렬한 지지의 눈빛을 기대하며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불편함과 당혹스러움이 섞인 눈빛뿐이었다. 심지어 동정 어린 시선도 있었다.

도요다가 어색한 침묵을 깼다. “좋은 생각이네요, 톰. 의견을 내주어 고맙습니다. 하지만 당장 실행하기에 아주 효율적인 의견이라고 볼 순 없어요. 닌텐도는 이미 그런 상황에 관한 방지책을 만들어두었습니다. 그들은 전투 준비를 제대로 하고 전장에 나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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