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스톤과 주디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비디오게임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체감한 후 자신들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낚아챘다고 믿었다. 하지만 천재일우라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은행 잔액이 이를 따라주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트럭 회사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손실이 아케이드 게임기를 팔아서 생기는 엄청난 수익을 모두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었다. 둘은 트럭 회사를 정리하고 비디오게임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도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은행은 이들이 하고자 한 신식 산업을 매우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스톤과 주디는 이러한 난처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바로 이때 아라카와 미노루라는 사내에게 전화가 오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미 거래처 망을 구축해둔 수완 좋은 사업가 팀이라니. 아라카와가 보기에 스톤과 주디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었다. 아라카와는 이들에게 중간에 낀 무역회사와 거래를 끊고 닌텐도와 직거래할 것을 제안했다. 스톤과 주디가 보기엔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자신들이 취하는 이윤 폭이 약간 주는 걸 감수하기만 한다면 재정적 딜레마가 해소되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되며 출장비도 지원도 받게 될 것이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제안이었으므로 이제 일이 잘 풀려나가리라고 생각했다. 닌텐도가 다음에 출시할 게임이 형편없지만 않다면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한 가지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스페이스 피버(Space Fever)’ 출시를 시작으로 아무 감흥이 없던 ‘스페이스 런처(Space Launcher)’, 실망스러웠던 ‘스페이스 파이어버드(Space Firebird)’를 지나 실패작이 줄줄이 뒤를 따랐다. 시시한 불발탄이 이어지자 스톤과 주디뿐 아니라 아라카와까지도 다른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가 꿈을 이어가려면 ‘퐁(Pong)’이나 ‘팩맨(Pac-Man)’ 같은 대히트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바닥나기 직전, 아라카와는 마침내 필요한 것을 찾았다고 믿었다. ‘레이더스코프(Radarscop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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