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2. 스톤과 주디

앨 스톤과 론 주디는 워싱턴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함께해온 오랜 친구였다. 같은 남학생 클럽 하우스에서 살면서 곧 폐기될 현지 와인을 헐값에 사들여 입맛이 둔한 클럽 친구들에게 되파는 등 일확천금을 노리며 이런저런 일을 함께 벌여본 사이이기도 했다. 졸업 후 스톤은 서부 연안으로, 주디는 동부 연안으로 거취를 옮겼다. 하지만 결국 둘이 함께 일하던 시절에만 느낄 수 있던 마법 같은 힘이 이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둘은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게 진절머리가 난다는 점, 규제가 완화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운송업계에 흥미를 느낀다는 점에서 의기투합하여 시애틀에서 트럭 운송업을 시작했다. 체이스 익스프레스(Chase Express)라는 회사를 세우고 중소기업 규모의 트럭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소규모 트럭 회사들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말하긴 쉽지만 행하기는 어렵다.(Easier said than done.)”는 속담이 정말 맞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트럭 운송업계가 얼마나 정치적이고 배타적인 곳인지 알게 될수록 이들은 남은 평생을 이 일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둘은 상황이 호전되길 기다리며 체이스 익스프레스에 꾸준히 투자하는 동시에 다섯 개의 차축, 여덟 개의 바퀴와 관련 없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답을 찾아내긴 했지만, 트럭은 여전히 필요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트럭보다 트럭 안에 싣는 물건이 중요했다. 론 주디는 하와이에 있는 친구에게서 한 일본 무역회사가 닌텐도 주식회사(Nintendo Company Limited, NCL)가 만든 아케이드 게임을 판매할 유통업체를 구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흥미를 느낀 주디는 사정을 살펴보기로 하고 닌텐도의 ‘스페이스 워(Space Wars)’ 아케이드 게임기 몇 대가 들어 있는 궤짝을 받았다. 타이토(Taito)에서 나온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의 아류작에 불과한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시애틀 남부에 있는 매부의 술집 몇 곳에 설치해보기로 했다. 기쁘게도 게임기에는 금세 25센트짜리 동전이 가득 찼고 이러한 결과에 고무된 스톤과 주디는 이 물건이 자신들의 미래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들은 파 이스트 비디오(Far East Video)라는 이름의 유통사를 차리고 트럭 사업에 쓰였던 자산을 활용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바, 오락실, 호텔, 피자 가게에 닌텐도 게임기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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