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3. 미야모토

레이더스코프에 이미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한 탓에 이들에게는 이 거대한 골칫덩이를 일본으로 반송하거나 다른 제품을 다시 수입할 여력이 없었다. 당시 남은 유일한 희망은 일본에 있는 게임 디자이너가 레이더스코프의 기본 구조와 호환되는 새로운 게임을 최대한 빨리 만드는 것이었다. 이 게임을 프로세서에 담아 미국으로 보내면 NOA 직원들이 이 프로세서를 기존의 머더보드와 교환하고 게임기 겉면을 새 게임에 맞는 그림으로 덧칠하면 된다. 이 임무가 더벅머리 초보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Miyamoto Shigeru)에게 주어졌다. 그는 비디오게임이 책이나 영화, TV 프로그램과 똑같은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 이상주의자였다. 당시 닌텐도는 킹 피처스(King Features)와 저작권 계약을 마무리할 참이었다. 미야모토는 이 회사에서 배포하는 인기 만화 시리즈 ‘뽀빠이(Popeye the Sailor Man)’를 자신이 만들 게임에 활용해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만들기 시작한 것은 덩치 큰 악당 블루토(Bluto)가 던져놓는 장애물을 주인공인 뽀빠이가 깡충깡충 뛰어넘으면서 사랑하는 여인 올리브 오일(Olive Oyl)을 구하러 가는 게임이었다.

미야모토가 NOA 구조 작업에 열중하는 동안 아라카와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막아줄 대비책 마련에 몰두했다. 물론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 이들이 변덕스럽다는 걸 깨달은 게 그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이었지만, 그것 말고도 교훈은 또 있었다. 레이더스코프 문제는 아케이드 게임기 배송에 드는 기간이 4개월에 달할 정도로 너무 길고 비용도 너무 비싸다는 데서 일부 기인했다. 일본에 조금 더 가까운 지역에 사무실을 얻으면 이 두 가지 원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아라카와는 뉴욕에 있던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사무실을 곧바로 시애틀의 세갈리 업무 단지(Segali Business Park)에 있는, 사무실 세 개가 딸린 창고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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