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국토를 가로질러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야모토의 새 게임 코드가 담긴 화물이 도착했다. 그 사이 닌텐도는 뽀빠이 캐릭터를 두고 이루어진 킹 피처스와 막판 협상에 실패했다. 그래서 미야모토는 뽀빠이 대신 쓸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런 까닭에 미국에는 어떤 결과물이 탄생했는지 아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라카와, 스톤, 주디도 마찬가지였다. 수천 대의 레이더스코프 재고 중 한 대에 새 프로세서를 탑재하자 조명이 반짝이면서 아케이드 화면에 ‘Donkey Kong’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첫인상은 유치했다. 게임만 그런 게 아니라 이름마저 유치했다. 빨간 옷을 입은 자그마한 배관공이 덩치 큰 고릴라가 던져놓는 장애물을 깡충깡충 뛰어넘어서 사랑하는 공주를 구하러 가는 게임을 도대체 누가 하고 싶어 한단 말인가?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던 스톤과 주디는 ‘동키 콩’이라는 별난 이름의 게임기를 들고 전국을 누비며 팔러 다녔다.

상황은 하루아침에 급변했다. 이 게임은 그해의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등극했을 뿐 아니라 역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아케이드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25센트 동전을 그토록 많이 끌어모은 게임은 동키 콩이 최초였다. 게임은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의 관심을 끌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사에서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법률회사가 동키 콩이 영화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닌텐도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회사가 심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라카와는 시애틀에서 알고 지내는 유일한 변호사인 하워드 링컨(Howard Lincoln)을 찾아갔다. 그는 한눈에도 품위가 느껴지는 전직 해군으로, 어릴 적 노먼 록웰(Norman Rockwell)의 ‘스카우트(The Scoutmaster)’라는 회화 작품의 모델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20세기 미국인들의 일상을 담아낸 그림을 그렸던 화가 겸 삽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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