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후 소닉은 언젠가 마리오를 앞지르고 닌텐도에 전쟁을 선포할 날을 고대하며 결승선을 향해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골리앗을 이기겠다는 다윗의 호기로운 꿈은 그 후 몇 달간 세가 오브 아메리카와 세가 오브 재팬 간의 분쟁으로 얼룩졌다. 문화적 차이는 모든 결정에 걸림돌이 되어 결국 자존심 싸움, 원칙 싸움으로 번지다 못해 아무 의미 없는 사소한 문제에서도 서로를 걸고넘어졌다. 싸움이 커질 때마다 가장 힘든 인물은 양측을 이어주는 도요다 시노부였다. 도요다는 변화를 주장하는 슈뢰더와 변화를 막는 나카야마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칼린스키는 누구나 전쟁통에는 어느 한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도요다가 SOASOJ를 중재하는 모습을 꾸준히 관찰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요다의 진심을 알아냈다. 도요다는 일본인처럼 보이고 일본인처럼 이야기했지만, 결정적 순간에 SOA를 택했다. 칼린스키는 자신이 관찰한 소소한 증거들을 토대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도요다는 일본 측에서 분노에 차서 한 말을 외교적인 언어로 바꿔서 전달해주었을 뿐 아니라 나카야마가 보지도 못한 사항인데도 그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특히 SOA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감정적인 조율을 훌륭히 해내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결정적인 증거였다. 예컨대 그는 말도 안 되는 캐릭터 설명을 가짜로 더하는 척했다가 그걸 없애는 조건으로 SOJ에 영향력을 행사할 길을 마련해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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