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결국 침묵을 깬 건 나카야마였다. “톰, 저 한 사람은 당신 말에 동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당신과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같이 노력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슈뢰더는 세가 오브 아메리카가 설계한 소닉의 미래상을 공유하고 프로그래머들을 설득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프로그래머들이 훌륭한 게임을 개발하는 방법을 잘 아는 것처럼 자신과 동료들이 훌륭한 캐릭터를 개발하는 방법을 잘 안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했다.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한 이 운명적인 회의는 슈뢰더가 자신의 미래상을 수정할 마음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격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일본 측은 일본과 미국이 각기 고유한 소닉을 갖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일본은 일본의 소닉을 쓸 테니 미국은 미국의 소닉을 쓰라는 얘기였다. 미키 마우스도 전 세계 각지에서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두 개의 소닉을 유지하자는 근거로 언급했다.

하지만 첫째, 슈뢰더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둘째, 지역에 맞게 변형한 예가 설사 있다 치더라도 미키에게 송곳니가 있다거나 미니에게 큰 가슴이 있는 곳은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셋째, 무엇보다 그녀는 세상에 두 종류의 소닉이 존재하길 원하지 않았다. 세가 오브 아메리카가 원하는 대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전 세계인의 집단적 상상 속에 존재하는 불멸의 존재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그러려면 ‘S(OA)onic’과 ‘S(OJ)onic’, 둘로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 슈뢰더는 이 같은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모두들 곧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소닉 분리에 관해 견해가 갈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나카야마가 칼린스키에게 전화해서 미국 쪽 제안이 옳다고 보고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다행히 슈뢰더가 일본에서 한 말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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