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들 다섯 명은 방금 엄청난 건수를 올린 5인조 은행 강도 같은 표정으로 게임을 응시하며 각자의 머릿속에서 ‘만약에’라는 상상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만약에 세가가 비디오게임을 하는 방식이나 비디오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에 세가가 본격적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닌텐도와 맞붙는다면 어떨까? 만약에 닌텐도를 실제로 따라잡는다면 또 어떻게 될까?

뉴올리언스에서 돌아온 칼린스키가 팀원들과 함께 곧 일본에서 열릴 중요한 회의를 준비하며 마음에 품어주길 바란 게 바로 이것이었다. 원대한 포부. 직원들은 이제 그를 존경했다. 그는 똑똑했다. 모두와 허물없이 지내는 재주에 상대의 의욕을 고취하는 재주까지 겸비했다. 그는 경쟁우위를 점하는 데 강박적으로 집착했으며 그러한 전략적 사고방식은 이내 모두에게 전염되었다. 칼린스키가 그린 회사의 미래상, 매일매일 진행되는 업무에 대한 리우의 꼼꼼한 관리, 일본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한 도요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한데 모이자 세가 직원들의 마음은 ‘만약에’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신을 얻으려면 아직 한 가지가 부족했다. 그 가능성을 입증할 증거물 말이다. 그리고 소닉 더 헤지혹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이겁니다.” 칼린스키는 소닉을 바라보며 말했다. 반항적인 이미지와 귀여운 이미지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사랑스러운 파란 고슴도치였다. 이 캐릭터라면 세가 정신의 현신이 되어 골리앗 같은 닌텐도의 16비트 게임기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모두에게 보여주어야겠어요.” 칼린스키는 문을 열고 사내에 있는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