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는 여러 사람 앞에 나서서 이야기할 때가 가장 편하다고, 또 가장 자신답다고 느꼈다. 말을 시작하자마자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불안감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이사회진 여러분, 오늘 저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私を招待していただき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도요다는 칼린스키의 말을 일본어로 충실히 옮겼다.

“제 생각을 여러분께 전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칼린스키가 세가에 합류하기로 했을 때 나카야마는 회사에 익숙해지는 대로 그가 세가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급성장 중인 비디오게임 산업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지,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은 무엇인지 이사회에 와서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그저 의례적인 절차일 거라 생각했고 몇 달 정도의 경험만으로는 할 말이 별로 없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 말이 넘쳐서 시간이 부족할까 걱정이었다.

간단히 말해 비디오게임 산업은 픽셀로 옮겨놓은 현대판 서부 개척 시대였다. 보안관을 자처하는 닌텐도를 제외하면 규칙이나 윤리적 규범을 비롯해 어떠한 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칼린스키는 자신의 법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칼린스키는 바로 오늘 아무 감흥이 없는 이 신사분들 앞에서 그 일을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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