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 작전을 비밀리에 수행하게 된 까닭은 닌텐도의 대표 야마우치 히로시의 지시에 있었다. 그는 16비트 게임기 신제품, ‘슈퍼 패밀리 컴퓨터(슈퍼 패미컴, Super Family Computer)’ 출시 준비를 하는 동안 일본의 조직폭력배 야쿠자들이 배송 중인 제품을 가로챌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풍문을 들었다. 야쿠자는 마약이나 돈, 아니면 여성을 불법 매매하는 데 관여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왜 갑자기 전자제품에 관심을 둔 걸까?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야쿠자는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는 물품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공급할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1990년 말 수요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품은 바로 그달 말 출시할 거라던 닌텐도의 16비트 게임기 신제품이었다.

113일, 오사카 한큐백화점은 슈퍼 패미컴을 예약 판매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쇄도하는 예약 신청을 감당하지 못해 더 이상 예약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잠시나마 아무 규제 없이 예약을 받을 수 있었던 한큐백화점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소매업체 대부분은 그것조차 어려웠다. 제품을 구매할 권한을 추첨으로 정하는 업체도 있었고 다른 제품을 함께 구매하는 고객에게만 예약 주문을 넣을 수 있게 해주는 업체도 있었다. 이런 난관을 뚫고 예약 신청을 한 인원은 총 150만 명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신청한 이들도 대부분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닌텐도는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공급량을 제한하기 위해 30만 대만 출하하기로 했다. 신청자 중 80%가 제품을 받지 못하는 수치였다. 사실 닌텐도가 아주 제멋대로 굴 요량이었다면 16비트 게임기를 출시하지 않고 계속 8비트 게임기만 팔아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칼린스키가 세가의 변화를 꾀하며 제작한 16비트 게임기와 일급비밀 마스코트에 관한 소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6비트 게임기 제작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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