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렇다고 닌텐도가 무방비 상태로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닌텐도가 16비트 게임기 개발에 착수한 건 1980년대 후반이었기에 기술적인 면만 생각하면 1990년 말 정도에 문제없이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는 바람에 이들이 제때 바로잡지 못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하위 호환성이었다.

야마우치는 다음 세대 게임기 개발과 관련해 기술자들에게 가격, 성능, 그래픽 사양 등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면서 새 하드웨어에서도 기존 8비트용 소프트웨어가 작동되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하위 호환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존의 닌텐도 게임 수백만 개가 순식간에 쓸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러면 그 게임을 사준 부모들이 화가 나서 향후 그 회사의 제품 구매를 꺼리게 될 수 있으므로 이건 무척 중요한 문제였다. 뛰어난 기술자 우에무라 마사유키(Uemura Masayuki)가 이끄는 6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연구개발 2팀이 이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거대한 부담을 떠안았다. 타사 게임의 작동을 막는 보안용 칩과 기존의 8비트 게임기 또한 이 팀의 작품이었다.

우에무라가 만든 슈퍼 패미컴은 여러 면에서 훌륭했다. 제네시스가 512색을 표현하고 6채널 오디오를 갖추었던 것에 비해 이 신제품은 32,768색을 표현할 수 있었고 8채널 오디오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소매가는 약 25,000(25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하위 호환성을 갖추려면 가격을 여기서 최소 약 75달러(8만 원) 정도 인상해야 했다. 야마우치는 이 게임기의 미국 버전을 곧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사위 아라카와 미노루와 이 문제를 상의했다. 아라카와는 최근 CD가 큰 논란 없이 카세트테이프와 레코드를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앞서가는 소비자라면 신기술이 구식 기술을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거라고 했다. 그 결과 이들은 닌텐도라면 약간의 반발은 견뎌낼 수 있을 테니 16비트 게임기 출시를 더는 미루지 말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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