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첫 번째로 연락한 대상은 소매업자들이었다. 이들은 보통 해외에 거래처를 잘 마련해두었다. 그리고 제품의 성패에 따라 득실이 가장 커지는 것 또한 이들이었다. 닌텐도가 훌륭한 제품을 출시했다면 이 소매업체들도 거액을 벌어들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이들은 대안을 찾아야 했다. 세가는 바로 이러한 대안을 기꺼이 제시할 의향이 있었다.

시차 때문에 동부에 있는 이들부터 시작했다. 놀랍게도 전화를 받는 사람마다 예수 재림에 버금가는 일이라도 된다는 듯 슈퍼 패미컴 출시 얘기를 했다.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순식간에 다 팔려버린 모양이었다. 꽤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암암리에 아직 세가를 응원하는 소매업체가 많다는 것이었다. “바보 같은 닌텐도 녀석들, 결국 자업자득하는 날이 곧 올 겁니다.” 발끈한 타소 코켄(Tasso Koken)의 목소리에서 뉴저지 억양이 묻어났다. 코켄은 북동부 지역의 전자제품 체인점 위즈(Wiz)의 구매 담당자였는데 위즈는 당시 “Nobody beats the Wiz!(위즈는 아무도 못 이겨!)”라는 재치 있는 광고 문구와 뉴욕 지역에 있는 모든 스포츠 팀에 거액을 지원했다는 사실로 세간의 이목을 받은 업체였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런 일이 당장 일어나리란 보장은 없겠군요. 어쨌든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거예요. 제 말 믿으세요.”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말뿐 아닙니다. 행동으로 보여드릴 겁니다.”

“말만 들어도 든든하군요. 그럼 혹시 우리 상품을 더 많이 진열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공간은 드릴 수 있습니다. 맨 끝 통로 쪽 진열대와 한가운데 자리를 드리죠. 모두 눈높이에 맞는 위치예요. 노른자위 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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