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가 처음 참여하는 CES였는데 그는 월마트와 벌일 협상을 생각해서라도 이 행사에서는 전력을 총동원하고 싶었다. 세가가 아칸소 가게를 빌린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월마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는 대신 일을 더 크게 키우는 쪽을 택했다. 그는 비서 뎁 하트(Deb Hart)에게 도요다와 자신이 함께 그렸던 그림을 바탕으로 세가 마을을 실현하라는 임무를 주어 벤턴빌로 보냈다. 그녀는 마을의 광고판을 최대한 많이 사들였다. 또 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기도 하고 아칸소대학 미식축구팀의 그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 사용할 시트 쿠션에 세가 로고를 새기기도 했다. 하트가 맡은 임무를 훌륭히 해냈는데도 아직 아무 성과가 없었으므로 이 모든 일이 거액의 판돈을 건 도박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CES에서 큰 인기를 끌어서 이를 벌충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일단 리우의 주장에 답부터 해야 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아직 우리에게는 닌텐도에 덤빌 만한 병력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로프 어 도프(rope-a-dope) 전략*을 쓰는 게 어떻겠습니까?”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도요다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칼린스키는 1972년 자이르에서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와 조저 포먼(George Foreman)이 ‘정글의 혈투’라는 별명이 붙은 타이틀 매치를 벌였던 때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당시 포먼은 알리보다 훨씬 강한 펀치를 날릴 수 있는 크고 강한 상대였다. 그래서 알리는 영리한 전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알리의 계획은 포먼이 지칠 때까지 초반에는 맞으며 버티는 것이었다. 알리는 방어적인 자세로 포먼의 펀치를 받는 대신 꾸준히 포먼에게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다. 4라운드까지 포먼이 우세했지만 결국 지치기 시작했다. 5라운드가 시작되자 알리는 지친 포먼에게 잽을 퍼부었다. 그 후 3라운드가 지나자 알리는 포먼을 녹아웃시키고 타이틀 벨트를 되찾는 동시에 전술의 천재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 권투 경기에서 로프에 기대어 상대 공격이 주는 충격을 줄이며 버티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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