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호기심이 해결된 올라프손은 닌텐도의 거대한 부스를 둘러보았다. 아니다. 사실 ‘부스’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았다. 회색 카펫이 깔린 바닥 위로 검은 요새를 우뚝 세워놓았다고 보는 게 적당했다. 다른 비디오게임 회사 부스보다 면적은 5배 이상 크고, 높이는 2배 이상 높았다. 부스의 높이는 닌텐도의 명성을 높이는 역할뿐 아니라 천장에 달린 할로겐 조명을 가리는 역할도 했다. 비디오게임의 톡톡 튀는 밝은 색상을 검은색과 어두운 그림자에 대비시켜 더욱 눈에 띄게 한 요령이 대단했다.

올라프손이 보기에 빛과 어둠의 균형을 잘 맞춘 닌텐도의 솜씨는 인상적인 동시에 좀 이상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런 솜씨는 부스 장식에만 발현되는 게 아니었다. 평소에도 마찬가지였다. 닌텐도는 재미를 추구하는 장난감 회사 이미지와 아주 진지한 기술 회사 이미지를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골라서 쓰곤 했다. 한 회사가 두 얼굴을 갖는 건 흔한 일이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그렇게 오래 버티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닌텐도에 선택을 강요할 경쟁자가 없었다.

올라프손은 시간을 확인하고 이제 움직여야 할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곧 시작될 닌텐도의 기자회견을 놓칠 수 없었다. 그는 넥타이를 고쳐 맨 후, 웃는 얼굴로 전시장에 밀려들어 오는 인파를 헤치고 밖으로 나갔다. 원래 들뜬 분위기에 쉽게 동요되는 성격이 아닌데도 얼굴에 웃음이 활짝 핀 걸로 보아 그날은 특별한 날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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