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6주 차: 게임 바꿔치기

“결정을 좀 내리란 말입니다!” 스티브 레이스가 고함을 질렀다. 곧바로 수화기를 쾅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를 들은 칼린스키는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렇다고 걱정이 되어서 간 건 아니었다. 그럴 만한 상황이라는 건 칼린스키도 잘 알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칼린스키가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레이스는 복잡하게 얽힌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알아듣기 쉽게 말할까 생각했다. “그냥 일본 친구들이 제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게임 화면을 보여줄 수 없다더니 그다음에는 시놉시스도 공유할 수 없다고 하고 그다음에는 갑자기 시놉시스도 없이 스크린숏을 몇 장 보내왔습니다. 빌어먹을 물음표로 가득 찬 신비의 상자를 나더러 어떻게 팔라는 건지 모르겠군요.”

“말도 안 되는 그런 문제는 일단 접어둡시다. 당신 도움이 꼭 필요한 게임은 따로 있습니다.”

세가는 마케팅 계획을 실행하던 중 소닉을 일본 공장에서 미국의 가정집까지 유통하는 과정에 한 가지 난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닉을 제네시스 번들 게임으로 제공하려면 단순히 분류하고 배송하고 판매하는 것, 그 이상의 부분까지 고려해야 했다. 당시 세가 창고는 수왕기를 번들 게임으로 넣은 제네시스 게임기 재고 15만 대로 골치를 썩고 있던 데다가 미국 전역의 소매업체들에 남은 재고도 총 10만 대가 넘는 걸로 집계되었다. 세가에는 게임기 25만 대를 그냥 버릴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고객에게 곧 쓸모없어질 게임기를 판다는 것도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제품을 받은 고객은 소닉이 없는 걸 보고 속았다고 분개할 것도 뻔했다. 수왕기가 실린 게임기가 모두 팔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게 빨리 팔릴 리도 없고 그러면 슈퍼 닌텐도에 쏠린 관심을 소닉으로 끌어오겠다던 애초의 계획에서도 너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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