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나카야마는 일본에서 능숙하게 배를 조종해나갔다. 하지만 1983년 비디오게임 시장이 붕괴하면서 미국 쪽 사업은 완전히 무너졌다. 걸프 앤드 웨스턴사는 휘청대는 세가를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비디오게임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는 와중에도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기업이 몇몇 존재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세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로젠은 나카야마, 오카와 이사오(Okawa Isao)와 함께 구매자 그룹을 만들고 오카와 이사오의 회사 CSK에서 세가를 되사는 데 필요한 3,800만 달러 대부분을 제공했다. 그 후 세가 사업 대부분은 일본에 있는 나카야마가 계속 맡게 하고 미국 베벌리 힐스에 있는 소규모 자회사를 로젠이 관리하기로 했다.

나카야마와 로젠이 고생해서 세가를 재건하는 중이긴 했지만, 비디오게임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닌텐도에 비하면 이들의 발전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닌텐도는 단 몇 년 만에 한때 불모지로 여겼던 휴대용 게임 시장에서 게임 & 워치 게임기로 활로를 찾았고 아케이드 산업은 동키 콩으로 정복했으며 NES로 가정용 콘솔 사업을 부활시켰다. 세가가 수십 년에 걸쳐 이룬 성과를 닌텐도가 몇 년 만에 일궈낸 업적에 비교하면 마치 실력은 없지만 그래도 예쁘게는 그린 어린아이의 그림 정도로 보였다. 닌텐도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미국의 비디오게임 시장을 소생시켰을 뿐 아니라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틈새 산업에 불과했던 이 시장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거대 산업으로 변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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