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하이디캠프는 일어서며 말했다. “다시 무대로 돌아가시죠.”

“물론입니다. 잠시 후에 무대에서 뵐게요.”

하이디캠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대 위의 소란스러운 무리에 합류했다. 칼린스키는 자리에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으로 머릿속 생각을 덮어보려고 애썼다. 지금껏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열정이나 창의성, 노고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 악랄하게 쟁취한 승리를 기념하는 자리에 불과했던 걸까? 장난감 업계에 있던 시절에는 그래도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히 아이들에게 오락거리를 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로 위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디오게임 업계에서는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았다. 비디오게임에서는 이미 프로그래밍된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상상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이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고 웃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을 피해 나카야마처럼 탁자 아래로 숨어 들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의 본질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부딪치면서 이성과 감성이 엎치락뒤치락 다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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