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나카야마는 탐탁지 않은 기색으로 답했다. “아닙니다. 닌텐도와는 달라요. 우리 제품이 훨씬 뛰어나요. 그에 비하면 닌텐도는 장난감입니다. 우리 제품은 말하자면….” 그는 명확한 표현을 찾느라 말끝을 맺지 못했다. “톰, 저와 함께 일본에 가는 게 좋겠습니다. 직접 보셔야 합니다.”

칼린스키가 정중하게 거절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다섯 살 난 딸 애슐리가 그를 구해주었다. “아빠!” 아이는 난데없이 쓰윽 나타나 무언가 보여주려는 듯 꼭 쥔 두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나카야마를 발견하고 살짝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이 아저씨는 누구예요?”

나카야마는 웃으며 직접 자신을 소개했다.

칼린스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딸, 아빠는 지금 조언이 필요한데 네가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참견하기 좋아하는 애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칼린스키는 뭐라고 물으면 좋을지 잠시 생각했다. “여기 있는 아빠 친구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아빠랑 잠깐 일본으로 휴가를 갔으면 좋겠대. 그런데 문제는 아빠가 이미 너랑 엄마랑 동생들이랑 휴가를 와 있잖아. 네 생각에는 아빠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니?”

애슐리는 입술을 깨물며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칼린스키는 웃긴 머리를 한 아저씨와 자신을 번갈아 보는 딸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얼마나 빨리 자랐는지 새삼 깨닫고는 놀랐다. 자랑스러운 마음 한켠에 슬픔이 밀려왔다. 자신이 마텔이냐 매치박스냐 꼬리잡기 하느라 바쁘게 지내는 동안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 중요한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자책하려는 순간 애슐리가 입을 열었다. “아빠는 친구랑 일본에 가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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