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아니, 왜?”

나카야마가 말했다. “딸아이 말을 들어요. 아주 현명하네요.”

칼린스키는 딸아이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아빠랑 같이 있는 게 싫어?”

“에이 참, 당연히 같이 있고 싶죠. 하지만 이 아저씨가 아빠한테 보여줄 게 있다잖아요.” 애슐리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칼린스키는 지극히 아이다운 논리에 담긴 지혜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가야겠네.”

“그건 아빠 마음대로 해요. 그럼 이제 내가 가져온 깜짝 선물 보여줘도 돼요?”

칼린스키는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느라 딸아이가 손에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물론이지. 얼른 보여줘!”

아이가 손을 펼치자 흙 한 덩이가 나왔다.

“와, 이게 뭘까?”

애슐리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모래로 만든 눈 뭉치예요!”라고 말하고는 깔깔거리더니 이내 아빠 배에 던졌다. 흙덩이가 아빠 배에 남긴 자국을 보더니 애슐리는 땅에 넘어질 정도로 엄청나게 웃어댔다.

칼린스키는 나카야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본에 가야 하나 보네요.”

“제가 보여드리는 게 아마 마음에 들 겁니다.”

“그래야죠.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불사하고 가는 건데요.”

“아내 분이 지금은 언짢으실지 몰라도 나중에는 좋아하실 겁니다. 당신이 세가의 대표가 된 후에는 말이죠.”

“꽤 자신 있어 보이는군요.”

“가족 휴가 중이신 건 잘 알고 왔으니 조급하게 굴 마음은 없습니다. 휴가를 좀 더 즐기고 싶다면 오늘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세요. 우리는 내일 아침 떠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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