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런, 당신이 처음 생각한 만큼 제가 감동하지 않으면 어쩌나 겁이라도 나시는 건 아니죠?” 칼린스키는 말하면서 자신이 오랜만에 농담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말투에서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과 흥분이 배어나는 걸 느꼈다. 세상이 좀더 커진 것 같았고 이걸 알아챈 사람이 자기밖에 없다는 생각에 내심 자부심을 느꼈다.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 뜻밖의 손님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카야마 상, 제가 비밀 하나 이야기해도 될까요?”

“그럼요. 물론입니다.”

칼린스키는 주변을 경계하듯 둘러보더니 새 친구에게 지금껏 숨겨온 비밀을 고백했다. “사실 저는 해변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카야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칼린스키는 마음이 후련했다. “사람들이 해변을 좋아하는 건 이해합니다. 태양, 모래, 물과 가까이 있으면 아마도 느긋한 기분이 들겠죠.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한테는 그냥…”

“지루하죠.” 나카야마가 끼어들어서 그의 말을 마무리했다.

“맞아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좋고 멋지고 뭐 그렇겠죠. 어쨌거나 저한테는 지루할 따름입니다.” 칼린스키가 말했다.

나카야마는 맞장구를 쳤다. “당연해요. 당연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지루할 뿐이에요.”

칼린스키는 이상하게도 갑자기 외로움의 무게가 줄어든 것 같았다.

나카야마는 칼린스키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그러면 이제 진짜 휴가를 떠납시다.”

칼린스키는 웃으며 말했다. “아내에게 먼저 좀 물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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