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198910월, 세가는 미국에서의 대성공을 꿈꾸며 카츠를 고용했다. 일본에서 출시한 메가 드라이브가 그럭저럭 성공을 거두었기에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었다. 나카야마는 백만 대!라는 슬로건까지 만들었다. 나카야마는 닌텐도가 아무리 위협적인 경쟁자라 해도 출시 첫 해 말에는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서리라 믿고 있었다. 카츠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집계된 판매량은 35만 대 정도에 그쳤고 세가라는 이름을 크게 알리지도 못했다. 썩 훌륭하지도, 아주 형편없지도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나카야마가 카츠를 적임자로 보지 않는 게 문제였다. 카츠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긴 했지만, 그에게는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사명감이나 뒷심이 부족했다. 큰소리만 쳐놓고 수습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카츠가 내세운 “Sega Does What Nintedont.(세가는 닌텐도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에서 그의 이러한 성향이 전형적으로 드러났다. 나카야마는 이 광고가 두 가지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선 일본인들은 경쟁사와 비교하는 방식의 광고를 대체로 못마땅해했다. 게다가 이 광고 문구는 사실 세가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세가가 닌텐도보다 잘하는 게 뭐란 말인가? 돈 적게 벌기? 카츠는 세가에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카야마는 칼린스키라면 세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츠에게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칼린스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기회라고요? 1년짜리 말이죠?”

“적임자를 찾기까지 카츠를 임시로 고용했던 것뿐입니다.”

“그래도… 1년밖에 안 되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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