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카츠는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게임 제작사가 영화 제작사라도 되는 줄 압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돈을 물 쓰듯 쓰고는 그게 다 투자였다고 합니다. 카츠가 보기엔 모든 게 투자니까요.” 카츠는 유명인과 맺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썼다. 조 몬태나(Joe Montana)와 당시 헤비급 세계 챔피언 권투선수였던 제임스 버스터 더글러스(James Buster Douglas)와의 계약에는 무려 170만 달러를 들였다. “카츠는 세가를 위해 뚜렷한 계획이나 정체성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목표도 없이 이것저것 사들이며 다닐 뿐입니다.”

나카야마의 이야기를 들은 칼린스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닌텐도에는 마리오가 있지 않습니까? 세가에도 그 작은 배관공을 쳐부술 마스코트 캐릭터가 있어야 합니다.”

“이거 봐요, 톰. 당신은 바로 이해하잖습니까?” 나카야마는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를 만난 기쁨에 들떴다. “가장 믿을 만한 직원들에게 세가 고유의 마리오를 만들어보라고 이미 지시해둔 상황입니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 당신도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제가 장담하죠.” 흥분해서 떨리는 목소리였다. “카츠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는 그저 돈 쓰는 재미에 빠져있을 뿐입니다.”

카츠가 큰돈을 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카야마의 표현은 좀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카츠는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들면 게임기 100만 대를 팔 수 있다는 비밀 공식을 알고 있었다. 소프트웨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드웨어도 사들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닌텐도도 이러한 전략을 구사했다. 이들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s.)’, ‘젤다의 전설(The Legend of Zelda)’, ‘돌연변이 특공대 닌자거북이(Teenage Mutant Ninja Turtles)’처럼 화제가 될 만한 히트작으로 시장을 유혹하자 모든 세대가 NES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바로 이러한 전략이 카츠의 발목을 잡았다. 닌텐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엄격하게 관리했는데, 게임 개발자가 NES에 자신의 게임을 올리려면 반드시 엄격한 경쟁 금지 조항이 들어 있는 독점 계약을 맺어야 했다. 그래서 닌텐도 소유의 게임을 세가 게임기에 올릴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닌텐도가 무시무시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닌텐도를 버리고 세가를 선택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서 카츠는 조 몬태나, 버스터 더글러스 같은 유명인과 제휴를 맺으면 세가도 일정 수준의 선망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누구나 아는 유명인의 인기에 편승해서 세가를 알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었다.

 

 


1980년대 미국의 프로미식축구(NFL)계를 주름잡은 전설적인 쿼터백 선수. 슈퍼볼 MVP3회나 수상했으며 자신의 팀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가 슈퍼볼 우승을 4번이나 거머쥐게 한 주역이었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