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래도 카츠가 차근차근 하나씩 일을 진행하는 친구라는 건 기억하시죠?” 칼린스키는 나카야마의 입장을 이해하는 만큼 카츠의 입장도 이해했다. 칼린스키는 마텔에서 근무할 당시 카츠와 친구가 되었다. 둘은 함께 테니스를 치러 다녔고 아내끼리도 서로 알고 지냈다. “카츠는 천천히 안정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나카야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톰, 우린 동화 속 세상에 사는 게 아닙니다. 전 그냥 당신이 그 자리를 맡아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는 제안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칭찬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디오게임에 관해 아는 게 없습니다. 장난감이라면 잘 알죠. 제 전문 분야는 장난감입니다.”

“아닙니다, 톰. 당신은 세일즈맨입니다.”

캐딜락 드 빌이 방향 전환을 하는 동안 나카야마는 다시 잔을 채웠다. 칼린스키는 이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세가 본사 앞에 내린 칼린스키는 밋밋할 정도로 평범한 사옥에 놀랐다. 빛 바랜 옅은 노란색 10층 건물은 아무런 특징 없는 대학교 기숙사처럼 보였다. 꼭대기에 파란색 대문자로 새겨 넣은 세가라는 이름이 그나마 유일한 특징이었다.

나카야마는 칼린스키를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칙칙한 조명, 빽빽한 업무 공간, 창문 하나 없이 지루하기 그지없는 회의실까지, 내부는 외관보다 더 따분해 보였다. 나카야마가 백여 명의 직원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직원에게 자신이 데려온 희망의 화신을 소개하는 동안 칼린스키는 이미 나카야마의 제안을 거절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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